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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구두왕’… 광주시청 구두닦이업 김기승씨
"불황 탓하지 말라 틈새는 있고 살 길도 많다"… 회원제와 찾아가는 서비스
다른 사람 용모 단정에 보람… 정직한 땀의 의미 일깨우는 구두수선사의 길
기사입력: 2011/12/01 [18:25] ⓒ ontoday.kr
김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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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부인 한영미(45)씨  김기승(46)씨  직원 이인열(70)씨  ©동양뉴스통신
 
‘고객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초 겨울에 진입하는 날. 오후는 어두웠고 스산했다. 불황이고 살기가 어렵다며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그러나 어느 곳이든 틈새는 있고 살 길도 많다. 정직한 땀과 사업수완을 발휘하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희망의 문은 열린다. ‘ 어디있냐고 증거를 보이라고...’

광주시청 지하1층 구두수선소를 운영하는 김기승(46)씨는 별명이 ‘구두왕’이다.

주5일 근무에 직원 2명과 함께 구두를 열심히 닦는다. 기껏 ‘구두닦는 업’을 소개하냐고 되물을 지 모른다. 하지만 광주시청 1300여 공무원들은 대개 김 사장에 대해 많은 부러움을 갖고 있다. 송승종 보도지원 계장은 “시청 공무원 중 모르는 사람이 없고 말도 못하게 성실하며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두왕이고 사장님”이라고 귀뜸했다.

김 사장은 담양 창평고를 졸업한 후 20세 되던 해 서울에 있는 전기회사에 취직해 전기기사 2급 자격을 얻었다. 10년 정도 근무하던 해 부친이 고혈압으로 떨어져 건강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7남매 중 막내인 김 사장은 앞뒤도 가리지 않고 부모가 계신 광주로 내려왔다.
 
간판업을 하는 매형 회사에 취직했고, 매형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자 회사를 물려받았다. 잘 나가던 회사는 친구 보증을 서준 것이 문제가 돼 ‘유가증권 부도’가 났고, 나이 40의 김 사장은 졸지에 억대의 부채를 지고 대책없이 세상 한 가운데 버려졌다.

사업수단이 남달랐던 김 사장은 습관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광주시청 구두수선소 운영자 모집 공고’를 보고 입찰에 응했다. 광주신청사는 2004년 4월 이전했다. 김 사장이 공고에 응한 2005년 3월 2일까지 3명의 사업자가 손을 들고 나갔다.

회원제와 찾아가는 서비스로 승부수

김 사장은 시청 건물로 들어와 사업적 수완을 발휘했다. 회원제가 그것이다. 월 1만원이면 주 2회 구두를 닦아 주는 조건이다. 한 달 8회를 닦아 주니 한 번에 1200원 꼴이다. 이전 업자는 자리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식이었지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2년 정도하면서 550여 명의 회원이 확보됐다. 처음 2년간 직원 1명을 데리고 했지만 수지가 맞지 않아 직원이 나가고 그 자리를 집 사람이 채웠다. 부부가 나서고 현재는 직원 1명을 두고 있다. 직원 이인열(71)씨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  부부가 서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사장은 구두운반을 위해 바퀴가 달린 기구를 새로  만들어냈다.    ©동양뉴스통신
이런 성공을 언론은 2006년 대대적으로 기사화해 줬다. 방송국에도 방영될 정도였다.

KBS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으로부터 요즘 말로 ‘생활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 시청 공무원 중 회원 550여명인데 이들이 대개 한 명당 2컬레를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거의 1200여 컬레의 구두 주인을 김 사장은 정확히 판별해 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구두를 모아 놓으면 주인조차 자신의 구두를 가려내지 못하지만 김 사장은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 낸다.

김 사장의 사업비결은 간단하다. “상대를 더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한 컬레라도 고객이 원하면 어디든 달려간다. 550명 중 50여명은 항상 교육으로 자리를 빈다. 보름간 구두를 닦지 않으면 그 비용은 깍아준다. 날로 먹는다는 말은 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21살의 군대간 아들· 고3 딸 그리고 8살 늦둥이를 두고 있는 김 사장은 “항상 웃는 낮깔이고 매사를 야무지게 하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경우는 없다”며 “살면서 상대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인생을 살고 싶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욕심을 비웠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사람이 머리와 구두가 단정하면 말끔하다는 말을 듣는다. 남의 용모 단정에 일조한다는 것이 보람이다. 용모가 단정하면 마음가짐도 깨끗해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살기 어렵다고 여기 저기 아우성인 세상에 김 사장의 성실한 사업수완은  틈새는 얼마든지 있다. 성실한 땀을 아끼지 않으면 어디든 살 길은 많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대혁 기자]
원본 기사 보기:동양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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